챗봇이 고객 서비스를 혁신하는 과정
과거의 공급망은 비교적 단순했다. 생산지는 한정되어 있었고, 운송 경로도 예측 가능했다. 기업은 일정 수준의 재고를 보유함으로써 위험을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공급망은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가진다. 원자재는 여러 국가에서 조달되고, 생산과 조립은 분산되어 있으며, 최종 소비지는 전 세계로 퍼져 있다. 이 과정에서 한 국가의 정책 변화나 자연재해, 항만 정체 하나만으로도 전체 흐름이 흔들릴 수 있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해 ‘적시 생산’과 ‘최소 재고’ 전략이 확산되면서, 공급망은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여유는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예측 실패의 대가는 훨씬 커졌다.
이처럼 복잡하고 민감한 구조에서 인간의 경험과 엑셀 기반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 지점에서 AI는 공급망을 다시 ‘관리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한 도구로 등장한다.
공급망 관리의 출발점은 수요 예측이다. 얼마나 많이, 언제, 어디에서 필요할지를 잘못 예측하면 과잉 재고나 품절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전통적인 수요 예측은 과거 판매 데이터와 계절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오늘날 소비자 행동은 훨씬 변동성이 크다. 온라인 트렌드, 소셜 미디어, 프로모션, 외부 이슈가 수요를 급격히 바꾼다.
AI는 이러한 복합 변수를 동시에 분석한다. 과거 판매 데이터뿐 아니라, 검색 트렌드, 날씨, 지역 이벤트, 가격 변화까지 함께 고려해 수요를 확률적으로 예측한다.
중요한 점은 AI가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과 위험 구간을 함께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단일 시나리오가 아닌, 다양한 대응 전략을 준비할 수 있다.
재고는 공급망에서 가장 큰 비용 요소 중 하나다. 너무 많으면 비용이 늘어나고, 너무 적으면 판매 기회를 잃는다.
AI는 수요 예측 결과와 공급 리드타임, 보관 비용을 함께 분석해 최적 재고 수준을 계산한다. 이는 단순한 평균값이 아니라, 변동성과 리스크를 반영한 결과다.
예를 들어 특정 부품의 공급이 불안정할 경우, AI는 해당 품목의 안전 재고를 늘리도록 제안할 수 있다. 반대로 수요 변동성이 낮은 제품은 재고를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재고를 ‘쌓아 두는 자산’이 아니라, ‘조절해야 할 변수’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는 공급망 관리의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는 변화다.
물류 단계에서는 시간과 비용, 안정성이 동시에 중요하다. 운송 경로 하나의 선택이 전체 리드타임과 비용 구조를 바꿀 수 있다.
AI는 교통 상황, 날씨, 항만 혼잡도, 운송 수단별 비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경로를 제안한다. 이는 고정된 노선 중심 운영에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되는 운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라스트 마일 배송에서는 AI의 효과가 더욱 크다. 배송지 밀집도, 시간대별 수요, 기사 동선을 고려해 배송 순서를 최적화함으로써 효율과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다만 물류 현장은 예외가 많은 환경이다. 사고, 돌발 상황, 현장 변수는 언제든 발생한다. 이 때문에 AI의 경로 최적화는 참고 기준으로 사용되며, 현장 판단과 결합되어야 한다.
최근 공급망 관리에서 가장 중요해진 역할 중 하나는 리스크 감지다. 문제를 완전히 막는 것은 어렵지만, 조기에 인지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AI는 글로벌 뉴스, 정책 변화, 기상 데이터, 거래 패턴을 분석해 공급망 리스크 신호를 포착한다. 특정 지역에서 정치적 불안이 커지거나, 자연재해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이를 경고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대체 공급처를 검토하거나, 재고 전략을 조정하는 사전 대응이 가능해진다. 이는 ‘문제가 터진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문제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하지만 리스크 예측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이 때문에 AI의 경보는 의사결정을 돕는 신호로 사용되어야 하며, 과도한 반응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물류 창고는 공급망의 허브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AI와 로봇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물류 창고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I는 입출고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 배치 위치를 최적화한다. 회전율이 높은 상품은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장기 보관 상품은 후방에 배치하는 식이다.
또한 피킹 순서와 작업 동선을 최적화해 작업 시간을 줄이고, 인력 부담을 완화한다. 이는 생산성과 안전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완전 자동화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예외 처리, 품질 판단, 돌발 상황 대응에서는 인간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물류·공급망 분야에서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데이터 품질과 표준화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잘못된 데이터는 잘못된 예측으로 이어진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이해관계자가 많아 데이터 공유 자체가 쉽지 않다. 기술 문제뿐 아니라, 신뢰와 계약 구조의 문제가 함께 얽혀 있다.
기술 격차 역시 문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AI 도입 격차는 공급망 전반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류·공급망 산업에서 AI가 만들어내는 변화의 핵심은 ‘가시성과 대응력의 향상’이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흐름과 위험이 데이터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급망의 목표는 효율만이 아니다. 안정성, 지속 가능성, 협력 관계는 기술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현실적인 활용 기준은 분명하다. AI는 예측과 최적화를 담당하고, 인간은 전략과 관계, 책임을 맡는다. 이 역할 분담이 유지될 때 공급망 AI는 취약성을 키우는 자동화가 아니라,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도구가 된다.
결국 물류·공급망 산업에서 AI가 바꾸고 있는 것은 상품의 가치가 아니라, 상품이 이동하는 방식이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AI는 흐름을 통제하려는 기술이 아니라, 흐름을 이해하고 준비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물류·공급망에서 AI를 이해하는 것은 기술을 도입하는 일이 아니라, 불확실한 세계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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